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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혼합/종교혼합·2

종교의 벽 뚫고 기독교인들 절 찾아 10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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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벽 뚫고 기독교인들 절 찾아 108배

[하니스페셜] 함께하는 영상 ‘공상’이 담은 첫 풍경

 

 

 

'예수동아리교회’ 회원 20여명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를 찾아 종교 사이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108배를 올리고 있다. 봉은사 제공

 

  

기독교인이 불전에 108배를 올립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일입니다.

 

 

한겨레 <하니TV>가 개국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공덕동 영상공작소’(공상)는 이 독특한 풍경을 첫회로 삼기 위해 서울 강남의 봉은사로 출동했습니다. 주인공은 종교 사이의 화합과 평화를 꿈꾸는 인터넷 교회동아리 ‘예수동아리교회’(예동)의 교인들입니다.

 

   

                          “우상숭배 아닌 수양”

   

 

 

첫회로 채택된 ‘그리스도인의 108배’ 사연을 보내준 김웅주(48)씨는 예동의 회원으로 공상의 취지와 이번 행사의 의미가 같기 때문에 제보를 했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하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요약되는 배타성이 강합니다. 다른 종교와 기독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참된 종교인의 삶을 꿈꾸는 이번 행사는 공상의 취지와 통합니다.”

 

 

시청자 참여형 기획인 ‘공상’은 한겨레가 자리한 서울 공덕동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일을 꿈꾼다’(空想)는 의미와 ‘함께(共) 영상(像)을 만든다’는 뜻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청자와 함께 영상물로 만들어 본다는 취지입니다.

 

 

배타성이 강한 주류 보수교회와 달리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예동의 시도가 공상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오후, 예동의 교인 20여명이 봉은사에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공상팀의 카메라도 봉은사에 미리 자리잡고 오는 이들을 맞이했습니다.

 

 

김태환 예동 운영위원장은 “이웃 종교의 큰 어른이 오신 날을 맞아 봉축을 드리는 게 종교인의 예의”라며 이날 모임을 설명했습니다.

 

 

국악작곡가 김영동씨의 ‘나를 닦는 108배’가 흐르는 가운데 모든 참가자들은 40여분 가량 정성들여 108배를 올렸습니다. 참여한 김홍술 목사(인터넷동아리 만나교회)는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이 기분이 참 좋다”며 “교회에서는 우상숭배라 하여 절을 멀리하지만 108배는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수양”이라고 말했습니다.

 

 

“독단에 치우치면 미신”

 

 

행사를 마친 이들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대화를 가졌습니다. 예동의 류상태 목사는 “기독교가 절에 불을 지르거나 부처상을 훼손하는 등 그 동안 불교에 잘못한 일이 많습니다. 오늘 108배는 참회의 의미도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명진 스님은 “기독교나 불교나 독단으로 치우치면 미신에 불과합니다”고 답했습니다.

 

 

명진 스님은 ‘강의석 사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강의석 사건은 지난 2004년 당시 대광고 학생이던 강씨가 예배 선택권을 요구하며 1인시위 등을 벌이다 제적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당시 대광고 교목이었던 류 목사는 홀로 싸우던 강씨를 지지하며 목사직을 반납하고 나와 행상, 대리운전 기사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명진 스님은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류 목사님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1시간 가량의 환담이 끝난 뒤 명진 스님과 예동 회원들은 봉은사 안뜰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명진 스님과 류 목사가 “다음에 밥 한 번 같이 먹읍시다”며 꼭 잡은 두 손에서 신앙과 배려가 공존하는 새로운 공상의 꿈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영상은 하니TV(hanitv.com).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