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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2/천국과지옥·2

깡통을 차고 빌어먹어도 지옥만은 가지 마라! (제2장)|

깡통을 차고 빌어먹어도 지옥만은 가지 마라!

 

 

2장 예수를 믿은후

 

[나를 찾아오신 하나님]

노름으로 허송세월하고 술에 취해 방구석에 구겨진 신문조각처

럼 잠들어 있는데 복음의 소식이 들려왔다. 아랫마을에 조그만 시

골 교회가 있는데 그곳에서 전도를 나온것이다. 우리 마을은 원래

부터 '정감록'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전도하러 오는 이

도 없거니와, 제일 가까운 교회라 해도 한참을 가야 나오기에 이렇

게 전도하러 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것도 술에 취해 잠든

내게 '예수' 믿으라는 말이 들려오기 만무했다.

"여기 주인 안 계셔요?"

전도하는 사람들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무슨 일이요?"

술이 채 깨지도 않은 나는 귀찮은 듯 대답했다.

"예, 우리는 아랫마을 교회에서 전도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요?"

나는 예수쟁이들을에게 퉁명스럽게 쏴붙였다.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그들은 내 말을 못 들었다는 듯 천국타령을 했다. 기가 막혔다.

'세상이 끝나면 그만이지, 천국은 무슨 천국이야! 없는 천국 만들

어놓고 헌금 뜯어 먹으려고 목사들이 저런 놈들을 푼 거야.'

나는 대뜸 전도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천국은 없어요. 괜한 고생들 하지 마시고 돌아 가시오!"

그래도 그들은 아쉬운 듯, 돌아서면 서도 끝내 한 마디를 한다.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이 돌아가고도 한참을 그 한 마디가

귀에 맴도는 것이다.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예수 믿고 천국 

천국 가세요........."

계속 들려오는 한 마디, 그 한 마디는 밤이고 낮이고 계속 반복됐

다. 이를 아는 사람들한테 말했더니 나더러 예수 귀신이 붙었단다.

무당한테 가도 소용없으니 그때 전도하러 왔던 교회에 가서 기도

를 받고 고쳐야 한단다. 나는 그 즉시 2시간이나 걸려 아랫마을 교

회를 찾았다. 교인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면서도 무슨 일인지 매

우 궁금해하는 기색이었다.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라는 말이 계속 들려서 못살겠습니다. 이

소리가 안 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도사라는 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도를 받고 예수를 믿으시면 그 소리는 안 들릴 겁니다."

"정말입니까?"

"물론이지요."

"알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소리만 안 들리게 해주십

시오."

전도사는 나를 위해 정성껏 기도를 했다. 그의 뜨거운 정성이 진

지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3일간 들리던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을 믿게

됐다.

지금도 나는 그 깊은  산중까지 복음을 들고 와 전도해준 그분들

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 전도자들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술과 노름을 끊고 예수를 믿을 수 있었을까?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평화를 공표하며 복된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

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 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 <사52:7>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

아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리라 <행1:8>

 

[발가락 여섯 개가 잘려나간 꿈]

교회에 등록하고 돌아와 잠을 자는데, 꿈속에 아버지가 나타났

다. 아버지의 얼굴은 진노로 가득했다.

"아버님,웬일이십니까?"

"이 괘씸한 놈, 산신도 버리고 애비도 배신하고 예수를 믿어?"

어디서 났는지 아버지 손에는 날카로운 가위가 들려 있었다. 나

는 도망갈 틈도 없이 아버지가 들고 계시던 가위에 발가락 여섯 개

가 잘리고 말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비록 꿈이었지만 내게 심상치 않

은 일이 생길 거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발가락은 자손을 상징한다 했거늘, 행여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자녀이면 또한 후사 곧 하나님의 후사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후사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 <롬8:17>

 

[예수를 믿고 1년 만에 여섯 자녀를 잃다]

내가 살고 있는 구병리에서 교회가 있는 아랫마을까지는 걸어서

적어도 2시간이 걸렸다. 주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 9시경에야

도착하는 것이다. 그렇게 교회에 나간지 한 달쯤 되었을까? 올해

열세 살인 딸 '양옥'이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침 잘 놓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 침을 맞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근

심으로 보내던 차에 양옥이가 이상한 말을 했다.

"양옥아, 너 좀 어떠냐?"

"엄마, 나 이제 죽을 거예요."

"뭐라구?"

"하나님이 나를 부르세요. 엄마, 아랫마을 교회 전도사님을 불러

주세요. 저를 위해 예배를 드려주면 좋겠어요."

그때 나는 이것이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10리 밖에 있는 교회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전도사님!, 큰일났습니다."

평소와 다른 다급한 목소리에 전도사님이 놀란 듯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 딸 양옥이가 숨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도사님이 예배를 드

려주면 좋겠답니다."

"무슨 예배를 드려달란 말입니까?"

".......임종예배입니다."

전도사님은 일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는지 성경을 집어 들고 나

를 따라 구병리로 뛰었다.

구병리로 뛰고 있는데 갑자기 얼마 전 꿈이 생각났다.

'아버지가 내 발가락 여섯 개를 자르시더니,설마 이것이 시작인

가? 정말 산신령이 노했단 말인가?'

머릿속이 별의별 생각으로 혼란스러웠고, 어느새 발은 집 앞을

들어서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자 전도사님은 환상이 보인다고 했다. 새 하얀 옷

을 입은 천사들이 딸아이에게 자신들과 같은 옷을 입혀 하늘로 데

리고 올라간다는 것이다. 잠든 딸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평화로운

지 천사의 얼굴이 바로 이렇지 싶었다.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천국으로 보냈다. 옛날 충청도 지역에서는 애들이 죽으

면 매장하는 대신 돌무덤을 만들었다. 딸의 시신을 지게에 싣고 돌

무덤을 만들러 가는 길.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할줄 몰랐

다. 손수 돌무덤 만들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를 드

렸다.

"하나님,우리 딸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내 아직 신앙이

깊지 못하여 하나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없사옵니다. 그러나 여

기에도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내 딸의 영혼

을 받으시고 천국에서 다시 만나게 하옵소서."

이렇게 해서 첫 딸의 장례를 치렀는데, 한 달 후 둘째 딸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는 내 눈에도

천사가 보였다. 천사들이 딸에게 흰 옷을 입혀주었고, 먼저 하늘

나라로 간 언니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여기 정말 좋아, 아픔도 슬픔도 없는 나라야."

"정말?"

"그렇다니까, 빨리와! 너무 좋은 나라야."

그리고 두 딸은 순식간에 하늘 나라로 올라가 버렸다. 이렇게 둘

째 딸도 3일을 앓다 죽고 말았다. 딸을 산에다 묻고는 딸의 영혼을

하나님께 부탁했다.

교회 나간지 3개월이 되었을 때다. 셋째 딸이 열이 심했다. 아이

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3일을 앓더니 하늘 나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한 달 뒤 교회 나간지 4개월이 되었을 때, 넷째 딸도 3일을

앓다 가버리는 것이다.그 후 다섯째 딸도 똑같이 잃고 말았다.

딸 다섯을 보내고 두 아들만 남겨졌을 때다. 첫째 아들은 살아서

목회를 잘하고 있지만 둘째 아들은 병에 걸렸다. 정신이 혼미해졌

다. 나는 산에 올라가 하나님께 죽을힘을 다해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내 아들 좀 살려주세요. 저 어린 자식이 무슨 잘못이 있

습니까? 제가 4대 독자 아닙니까? 딸 다섯이 죽었는데 아들마저 데

려가시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간절히 바라옵건데, 차라리 아들을

살려주시고 내 영혼을 걷어가소서!"

나는 그날 밤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

하고 또 기도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 마루에 무언가가

흰 보자기가 씌어져 있었다.

'여보, 이게 뭐요?"

"어젯밤에 갑자기 가버렸어요......"

"뭐라구?"

"그렇게 기도를 올렸건만....."

하늘이 노래지고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딸들을 하늘로

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내 정신은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녕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고 예수쟁이

들이 그러지 않았던가? 딸 다섯에 아들까지 보냈는데,이게 복 받

은 것이란 말인가? 정말 하나님이 존재하긴 하는 건가? 아, 어쩌면

좋아..........., 내 살점보다 귀한 여섯 자식들을 데려가시니 나는 어떻

게 살란 말인가?'

나는 배신감과 분노에 흰 보자기를 걷어 제치고 죽은 아들을 향

해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곡괭이를 들어 '부모보다 먼저 간 불효자'

라고 외치며 아들을 내리 찍었다.

훗날 내 아내는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꼭 미친 사람 같았다'

고 얘기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곡괭이로 조각낸 내 분신 같은 아들의

시신을 주섬주섬 모아 지게에 얹었다. 지게를 진 어깨가 한없이 무

거웠다.산에 무덤을 만들고 통곡하던 나는 결국 기절을 하고 말았다.

 

여호와께서 사단에게 이르시되 내가 그의 소유물을 다 네 손에 붙이노라.오직 그

의 몸에는 네 손을 대지 말지니라. 사단이 곧 여호와 앞에서 물러가니라 <욥 1:12>

 

가로되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은 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욥 1:21>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

말하기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댔다.

"자네소식 들었나?"

"무슨소식?"

"아 글쎄, 김상호네 말이야. 거 뭐라고 하더라? 야소교인지 예수

교인지를 믿다가 쫄딱 망한 거."

"아니, 망하다니? 어찌 망했단 말인가?"

"우리 동네 산신을 배신하고 서양 종교 믿다가 애들 여섯이 죽었

지 뭔가."

"그래?"

"산신령이 노하신 게지."

"우리도 잘못하다 김상호네 꼴 나는 거 아녀?"

"그러게, 지극 정성으로 섬겨야지, 어디 무서워서 살겠나?"

"조상 대대로 모셔온 산신을 배신하더니만 꼴 좋네, 아예 그 집안

은 씨가 말라버렸네."

"그러게 말야."

"쯧쯧, 안됐어."

서양귀신이 옴붙을까봐 무서웠던 동네 사람들은 나와 마주칠 때

마다 돌아가거나 거리를 두고 걸었다. 예수를 믿었으면 집안이 잘

풀려야 동네 사람들 한테도 떳떳할 텐데,오히려 예수 때문에 핍박

받는 입장이 됐다.

처음으로 이 동네에서 예수를 믿는 집이 나왔는데,상황은 세상

사람들이 기대하는 '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우리 집 사람

들은 죄인 아닌 죄인 신세였다.

 

사람들이 종일 나더러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으뇨 하니, 내 누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 <시 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