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목에 칼 들이대야 협상 나온다
- 승인 2019.05.28

북한 김정은이 5월 4일, 9일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2주 넘게 몸을 숨기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시기 때부터 지도자가 장기간 나타나지 않으면 뭔가 내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2002년 9.11 테러 이후 부시 정권이 이라크의 후세인을 잡으러 전쟁을 시작하자, 김정일은 무려 48일간 잠복했다.
2008년에는 100일 넘게 나타나지 않았다. 김정일이 쓰러졌을 때다. 한참 뒤 김정일은 휠체어를 타고 김일성대 수영장에 비쩍 마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남한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1992년 김정일은 말 타다 떨어져 석 달 이상 노동당 중앙위 비서들과 만나지 못했다.
김정은은 2월 말 하노이회담 실패 이후에도 당 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고, 푸틴과 정상회담, 경제 현장 시찰, 군 훈련 참관 등 총 19회의 공식 일정에 나타났다. 평균 3일에 한 번꼴인데, 아버지 김정일보다 훨씬 공개 행사가 많다.
이 때문에 김정은 건강 이상설도 나오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얼굴이 검붉게 상기된 모습, 연설 도중 숨을 헐떡이는 모습 등이 눈에 띄었다. 김정은의 목 부위 살이 더 붙었고, 체중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김정은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소견이다.
김정은이 하노이회담 실패 후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내부 소식이 나온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할 당시 김정은이 밤새 폭음했는데, 하노이회담, 푸틴과 정상회담이 잇따라 실패하자 폭음이 심해진 것이다. 5월 들어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하노이회담이 잘 될 거라고 거짓말한 문재인대통령에 대한 화풀이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 이상징후, 김영철 연금과 통전부 완전물갈이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425500002#csidxb8843851c805c4eaef918b300b5521f
하지만 우리가 면밀히 관찰할 대목은 내부의 이상 징후들이다. 내부 이상이 우리에겐 더 유의미한 시그널이 된다. 하노이회담 실패 후 김영철이 해임되고 장금철이 통전부장이 되었다. 이 정도는 상식적이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김영철이 연금되었고, 통전부가 완전 물갈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예 남북대화를 할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이다. 쌀을 주겠다 해도, 인도지원을 하겠다 해도 북측은 매체를 통해 대남 비난만 할 뿐 ‘주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더욱이, 하노이회담에서 북한 핵시설 관련 특급 비밀(트리튬·삼중수소 시설)이 새어나갔다는 이유로 외무성 성원 9명이 공개처형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외무성과 베트남 대사관 성원 중에 ‘미제 간첩’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과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등이 미리 새나가는 바람에 하노이회담에서 미국측에 완패했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미제 간첩’으로 덮어씌우거나 아랫사람의 무능을 문책하는 것은 허다한 일이다. 다만, 하노이회담 실패 후 김정은이 다시 열차를 타고 중국 대륙을 통해 서둘러 돌아오는 ‘초라한 패장의 모습’은 수령으로서의 지위가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령 김정은’에게 이같은 ‘참상’을 불러일으키도록 한 죄는 용서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4월부터 <노동신문> 등은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김일성·김정일주의, 백두의 장군, 어버이 수령을 모시는 사회주의 대가정론(大家庭論) 등 흘러간 옛노래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는 풀리기 어렵다. 개성공단 재개도 사실상 어렵다.
북한의 대중(對中)수출은 지난해부터 90%가 줄었다. 김정은의 독재 통치자금은 말라가고, 북한산 금을 국제시장에 내놓아도 팔기 어렵다. 김정일 말기, 김정은 초기에 워낙 금을 많이 팔아치우는 바람에 현재 금 재고량도 얼마 없다고 한다. 하노이회담 실패 후 북한은 오동나무에 걸린 연줄 신세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김정은은 무엇보다 내부단속이 중요하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대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미-북 대화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북제재의 영향이 북한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으며, 시장의 충격이 더 커지면 김정은도 북핵 협상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현재의 북한사회는 권력가와 돈주(민간 자본가)가 결탁, 건설·교역 등으로 달러를 나눠 갖는 부패사슬 구조인데, 대북제재로 인해 이 부패사슬이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년 정도 대북제재가 유지되면 김정은이 손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제재로 인한 시장에 대한 충격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 증거로 수입 소비재 물가가 작년 10% 이상 올랐고, 평양 시내 아파트 값이 떨어졌으며, 전기료가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쌀값과 환율이 안정적이어서 전면적인 충격은 아니다. 하지만 제재가 2년 더 진행되면 김정은이 손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권문제로 김정은 압박하고 사상전으로 수령독재 허물어야

북한의 경제상황이 나빠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정은이 대북제재로 인해 대미 협상에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나빠진 경제상황은 김정은을 협상장에 불러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북한체제는 경제결정론적 사회가 아니다. 북한체제를 유지시키는 근본은 경제가 아니라 사상·정치·군사이다. 남북관계의 기본모순은 자본주의 對 사회주의간의 모순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對 전체주의 독재간의 모순이다. 따라서 북한문제의 핵심은 경제문제가 아니다. 사상·정치문제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대북 경제재제와 함께, 반드시 사상·정치 분야에 대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김정은이 손들고 나온다. 김정은은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는 정도로는 항복하지 않는다. 그 칼이 실제로 목에 상처를 내고, 또 더 깊이 칼이 들어올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손들고 나올 것이다. 결론은 북한인권문제로 김정은을 압박하고, 사상전으로 북한의 수령독재체제를 허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의 항복을 받아내는 지름길이다.(끝)
jayooilbo@jayoo.co.kr'위기의 한반도 > 위기한반도·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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