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우산만 무력화하면 南 정복... 김정은의 ‘7일 전쟁’ 작전
입력 2023.01.23 13:50
https://www.chosun.com/politics/diplomacy-defense/2023/01/23/BEDNI3CZHREQPD2WVAZOE3JP6M/
[월간조선 특집]
우크라 전쟁 1년, 한국군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나?
허세 대신 실질적 대응력 갖춘 軍으로 바꿔야
박휘락 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월간조선
필자는 교수였지만 그 이전에 육군 대령이었다. 군(軍)의 미흡함을 지적하면 후배들은 반발한다.
“선배님은 잘했느냐?”
우리 때도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처럼 말만 앞세우거나 정치의 눈치를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필자도 국방부 대북정책과장으로 근무하다가 ‘햇볕정책’에 순응하지 못해 보직해임되었고, 그래서 장군으로의 진급도 포기해야 했다. 군은 현 수뇌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국민의 군대이다. 선배와 국민의 입장에서 군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한다.
북한은 2022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하여 남한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한 뒤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하였다. 김정은은 남한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제2의 사명’을 강조하면서 남한 공격용 전술핵무기의 대량 생산을 발표하였다. 특히 그는 “핵무력의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하여 핵무기의 선제적(先制的) 사용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9월 8일 김정은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김정은은 2022년 마지막 날과 2023년 새해 첫날에 저고도로 남한 전역에 대한 핵공격이 가능한 대형 방사포(放射砲) 3발과 1발을 발사함으로써 남한에 경고하였다. 그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하여 남한 쪽으로 향할 경우 한국은 마땅한 방어책이 없다.
그러자 2023년 1일 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군 수뇌부와의 화상통화를 통하여 “일전(一戰)을 불사(不辭)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할 것을 주문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만일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에 묻고자 한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의 일전은 핵전쟁을 의미하는데, 핵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군은 북한 정권을 절멸시킬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
북한의 핵위협은 실체가 있지만, 우리 군의 대응태세는 아직 실체가 없는 말뿐이다. 5년 동안 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아무런 대비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 수뇌부들은 “예의주시” “단호한 대응” “철저한 응징”과 같은 용감한 수사(修辭)로 당시 상황을 모면하는 데 치중했었고, 이 행태는 아직도 바뀌고 있지 않다.
군대의 가장 근본적 임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나 과장된 결기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북핵 위협은 너무나 심각해졌다.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아무도 북의 핵 규모를 제대로 알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2020년에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매년 12~18개를 생산할 수 있으며, 2027년에는 151~242개까지 증산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화성-15·16·17 등의 대륙간탄도탄(ICBM)과 북극성-3·4·5 등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만들었고, 이것들을 계속 개량해나가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고자 약속된 핵확장억제(nuclear extended deterrence)-다른 말로는 핵우산(nuclear umbrella)- 개념에 근거하여 핵보복을 시도하면, 뉴욕을 포함한 미국의 수 개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자신의 초토화와 미국 뉴욕의 초토화를 바꾸자고 위협할 경우 잃을 것이 많은 미국은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이것이 김정은이 말하는 ‘제1의 사명’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만 무력화(無力化)되면 한국은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결합하여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금방 정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7일 전쟁’의 개념이다. 한국에 대한 핵공격을 위하여 북한은 미사일방어망을 회피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KN-23·24·25와 저고도 대형 방사포 등을 개발하였다. 김정은은 지난해 9~10월 대남 핵공격 임무를 부여받은 미사일부대의 훈련을 직접 지도했고, 그중 한 발을 울릉도 코앞에 낙하시키기도 했다. 12월에는 무인기를 보내어 서울과 서부 지역 상공을 정찰하기도 했다.
북핵 위협보다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군의 미흡한 대비 태세이다. 아직도 2013년 수립된 ‘한국형 3축체계’, 즉 선제타격(Kill Chain), 미사일방어(KAMD), 대규모 응징보복확장억제(KMPR)만을 되뇔 뿐 강화된 북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설명해보라. 우리 군의 북핵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한미연합’이라는 말은 미군에만 의존하겠다는 것 아닌가? 북한의 KN-23·24·25, 대형 방사포를 무엇으로 대응한다는 것인가? ‘참수(斬首)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하는데, 김정은의 동선(動線)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이 있는가? 핵전쟁 상황하에서도 전투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전 정부 동안 군은 북한에 대한 굴종과 외교적 비핵화(非核化)를 주창하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북핵에 대한 대비를 미뤄왔다. 북핵을 북핵이라고 하지 못하고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대량살상무기)’라고 영어로 불렀다. 북한이 수십 개의 핵무기를 만든 상황임에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이 “플루토늄 50여 kg 고농축 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복하고 있다. 북핵 위협은 미군이 담당하는 양 행동했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군은 정치권의 요구에 순응하여 한미연합사의 해체 또는 무력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휴전선 근처에서의 군사 활동이나 정찰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군사합의를 곧 교체될 국방장관이 평양까지 가서 천연덕스럽게 서명하고 왔다. 그 결과 철원 지역에 유해 발굴 명분으로 비무장지대에 1.9km에 걸쳐 12m 폭의 도로까지 개설하여 북한에 접근로를 개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핵 위협 대응에는 별로 기여하지도 못하지만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소모할 경항모와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추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