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니 하나는 바리새인이요 하나는 세리라.(눅18:10)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수가라는 마을 우물가에서 한 여인과 만나서 대화하던 중에 예수님께서 “내게 물을 좀 주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상한 듯 예수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예수님은 낮선 유다인입니다. 예수님과 수가 마을 여인은 두세 마디의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예수님께서 말하는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너라” 이 말을 들었던 여인은 정말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 지금 그녀와 함께 사는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가 마을의 사람들은 그 남자를 그녀의 정부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죄를 짓는 윤락녀라고 멸시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네 남편”이라 하였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네 남편....”이라는 예수님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습니다. 자신의 속사정을 모르는 미지의 사나이라고 가볍게 예수님을 보았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취하고 있던 모든 방어 자세는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죄 중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예수님을 구세주로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나의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요4:29)
그때 예수님과 여인은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무형의 명함 한 장씩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녀가 예수님 앞에 내놓은 한 장의 명함에는 “죄 많은 사마리아 여인”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너무도 순수한 직함이었습니다. 예수님도 그녀에게 한 장의 명함을 주었는데 거기에는 “목수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고 간단하게 적혀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여인은 예수님의 명함을 받아들고 “그리스도(Χριστόs)!”라고 외쳤던 것은 ‘목수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는 직함에 감추어져 있는 보화를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우리의 명함에 갖가지 훌륭한 직함이 적혀 있다면 예수님은 부끄러워서 명함을 슬그머니 감추실 것입니다. 대학교교수, 국회의원, 회사중역, ○○그룹회장, 이런 직함은 세상에 속한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들, 특별히 주님의 종( δοuλοs)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명함은 어떻습니까? 단 한가지 종이라는 직분뿐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기독교 ○○협회 대표회장, 복음화 국제○○협회 본부장, 전 ○○총회 총회장, 전 ○○세미나 상임고문 등, 현직을 나타내고 공간이 남아있으면 명함앞뒤 면에까지 전직(前職)들을 가득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인가 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11조를 드리나이다.(눅18:11~12)
어느 날 예수님이 성전에서 기도하는 한 바리새파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당당하게 가슴을 편 채로 예수님 앞에 자신의 명함 한 장을 내 밀었습니다. 그 명함에는 여러 가지 직함들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의 명함에는 일곱 가지 직함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이런 사람이라며 “ 나는”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자신은 토색하지 않는 사람, 의인, 간음하지 않는 사람, 도적질 하지 않은 사람, 1주일에 두 번씩 금식하는 사람, 11조를 드리는 사람이라고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명함을 말없이 찢어서 성전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을 것입니다.
교만함을 깨닫지 못하는 바리새인(믿는 자)을 뒤로 하고 성전 뒤편으로 가시다가 그곳에서 한 세리로부터 명함을 받았습니다. 세리의 명함에는 단 하나의 직함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작은 글씨로 “죄인 세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세리에게 명함을 주었습니다. “의인이 아닌 죄인과 만나기 위해 세상에 온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적힌 명함을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세리를 만나주었고 그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죄 용서함을 받은 세리는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에 합당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예수님으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으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기 원합니까? 눈을 감고 자신의 죄 많고 추한 과거를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깊은 사랑을 받는 증거입니다. 자신은 누구보다도 죄가 많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이런 사람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사랑은 용서하는 것입니다. 왜 주님은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는가를 깨닫기 바랍니다. 우리는 몇 번이고 주님께 물어봅니다. “주님, 왜 나를 이처럼 사랑해 주십니까?” 하고 그 이유를 우리는 모릅니다. 다만 일방적인 사랑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향하시는 사랑....이 사랑은 나의 죄를 발견하게 하고 “나는 죄인입니다”하고 부르짖을 때 용서해주시고 찾아와서 만나주시는 주님과 나와의 영원한 사랑입니다.▨ |
출처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들 원문보기 글쓴이 : 장죠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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