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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2/천국과지옥·3

[사설] 북(北), 누굴 우습게 보고 '서울은 휴전선서 50㎞' 공갈인가

[사설] 북(北), 누굴 우습게 보고 '서울은 휴전선서 50㎞' 공갈인가

 

입력 : 2009.04.19 23:01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8일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선전포고"라며 "우리 혁명 무력의 타격에는 한계가 없다.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던 식의 공갈협박을 다시 들고 나왔다.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수도권을 사정거리에 넣고 있는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1000여 문(門)을 전진 배치해 놓고 있다. 이 장사정포들은 시간당 7000발에서 1만6000발의 포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게 우리 군 당국 평가다.

한미 연합군 역시 북한이 장사정포 공격을 감행하는 즉시 북한 일대를 전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군사적으로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에선 말로 하는 것이라 해도 함부로 도발해선 안 되는 법이다. 북한 발언은 그들이 아무리 합리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다.

북한은 이 발언의 이유로 자신들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와 한국의 PSI 참여를 꼽았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 발사는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가 반대했던 일이다. 그나마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안보리(安保理) 의장 성명이 채택됐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의장 성명에 동의했고, 그에 따라 지난 2006년 나온 안보리 결의 1718호에 규정된 대북 제재 실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제재가 못마땅하다고 한국을 협박하기 앞서 자기들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중국에게 왜 안보리 의장 성명에 동의했는지 물어볼 일이다.

한국의 PSI 참여가 대북 선전포고라는 북한 주장 역시 말이 안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같은 무기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거나 그런 물품과 기술을 북한으로 들여가지 않는다면 PSI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남한 근해에서 북한 배를 세우거나 수색하는 것은 2005년 8월 채택한 남북 해운합의서에도 나와 있는 규정이다. 북한식 논리라면 자신들이 동의한 이 합의서까지 대북 선전포고로 간주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북한은 16일 우리 측에 "개성공단에 관한 중대 사안을 통보하겠다"며 "오는 21일 남북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이 접촉에서 PSI 참여 등을 트집잡아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이 힘들 정도의 제한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를 21일째 면회도 허용하지 않은 채 억류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접촉을 제안한 시점은 정부가 14일 PSI에 전면 참여키로 했다가 15일 발표를 보류한 직후다. 정부는 북한 제의를 받고 19일로 예고했던 PSI 발표를 또 연기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부 정책이 말 그대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 내의 혼선을 보고는 도발을 감행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서울 불바다'식 협박을 다시 꺼내 들었고, 자기들이 연간 3400여만달러를 챙겨가고 있는 개성공단의 운명을 위협하고, 억류 근로자의 접견을 허용하라는 우리 요구를 들은 척도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북 정책과 한미 동맹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북한의 말에 의한 도발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고 그 다음은 도발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한미는 북한이 이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아야 하며, 북한이 한미의 의지를 분명히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PSI 참여 문제도 북한 협박에 따라 오락가락할 게 아니라 냉정한 전략적 득실(得失)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19/20090419007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