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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2/666짐승의 표·1

구글, 모든 것이 Google화 된 세상을 선언하다

Corbis/토픽이미지 제공


"애플이든 MS든모든 기기·프로그램 구글 통해 구동하고 서비스하겠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 구글(Google) 개발자 대회 '구글 I/O' 발표회장. 기조연설을 기다리는 청중들은 흥분한 모습이었다. 무대 위 커다란 화면에 비친 기조연설 시작까지 남은 시간이 30초 이하로 줄어들자 발표회장 안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었다. 마치 록 콘서트 개막을 기다리는 모습 같았다. 정각 9시, 무대를 가득 채운 큰 화면에 동영상이 나타났다.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구글 플랫폼을 활용해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개인 정보 활용한 서비스, 새로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영상이 끝나고 빅 군도트라(Gundotra) 수석부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6000여명 외에도 유튜브를 통해 100만명이 이 무대를 보고 있습니다. 구글 서비스 플랫폼 팀은 지난 수개월간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은 여러분, 개발자들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개발자들을 겨냥한 아부성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구글은 이날 3시간에 걸친 발표에서 '사용자와 개발자를 편하게 만드는 것'을 쏟아냈다.

구글은 그동안 그들이 수집해온 데이터와 구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 '구글 플러스'에 쌓인 개인 정보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를 새로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동시에 개발자들이 구글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이 제공하는 자원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글이 바꾸고 만들려는 것은 어떤 세상인가. 과거의 구글 검색은 내가 질문하는 것에 정확히 답하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검색한 기록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스포츠팀을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이들의 경기 상황을 알려준다. 검색이라는 사용자 습관을 바꾼 셈이다. 구글은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을 찾는 방식도 바꿨다. 예전의 구글 지도는 내 위치와 갈 곳의 경로를 제공했다. 내 취향에 맞는 식당을 고르려면 페이스북이나 맛집 추천 앱 '옐프(Yelp)'를 따로 써야 했다. 하지만 이제 구글은 내 검색 기록과 음식점 평가 기록, 친구들의 평가 기록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낯선 도시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식당을 추천해준다.

구글이 이날 제시한 것들은 누구든 구글 서비스를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게 만들어 온 세상을 '구글화(be Googled)'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군도트라 부사장은 구글 플러스의 '사진 자동 개선' 기능을 발표하며 "원본 사진과 '구글화된 사진(Googled picture)'을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구글'이라는 단어를 "무엇이든 자동으로 최고로 만들다"란 뜻으로 사용했다.

구글화의 무기는 '기계 학습'

구글화의 무기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다. '기계 학습'은 컴퓨터를 활용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계 처리해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사람이 특정 분야를 공부한 것과 같은 통찰력을 컴퓨터가 갖게 되기 때문에 기계 학습이란 이름이 붙었다. 구글은 검색 기능을 통해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 검색어 입력을 분석해 어떤 사람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도 알게 됐다. 구글은 과거에는 서비스별로 사용자 데이터를 별도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월부터 이를 '구글 플러스' 하나로 묶어 사용자의 활동을 입체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브래들리 호로위츠(Horowitz) 구글 플러스 담당 부사장은 "구글 플러스를 통해 구글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구글2.0'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구글 플러스를 일종의 '디지털 신분증'이라 정의하며 "구글이 사용자를 알아가는 도구인 동시에 사용자가 자신을 구글에 알리는 도구"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는 만큼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었다.

구글, 모든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통합 강조

구글 I/O에서 공개된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들. 위에서부터 예측형 검색 및 실시간 길 안내, 음성 인식 검색, 맞춤형 음악 재생 목록 추천, 3D 영상 지도.


구글은 이번 구글 I/O 기간 내내 '통합'을 강조했다. 데스크톱·노트북·태블릿PC·스마트폰 등 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윈도·맥OS·리눅스·안드로이드·iOS 등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모든 환경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구글은 아이폰·안드로이드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 태블릿 등 서로 다른 OS를 쓰는 기기 4개를 무대에 올려놓고 이들 기기 전체에서 하나의 게임이 돌아가는 장면을 시연했다. 구글이 만든 웹 브라우저(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크롬(Chrome)'만 설치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의 기기·운영체제에서도 구글이 만든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오직 애플 기기끼리만 연결되는 애플 생태계와 달리 다양한 운영체제와 기기를 섞어 쓰더라도 모든 기기에서 작동하는 구글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 모든 IT 기기들이 구글로 통하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미국의 IT 전문지(誌) 와이어드 역시 구글이 보여준 통합의 의미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구글은 검색, 안드로이드(스마트폰 OS), 크롬(웹 브라우저), 맵스(지도), 유튜브(동영상) 등 인터넷의 많은 부분에서 1등을 달리며 엄청나게 많은 사용 데이터를 끌어모았다"며 "구글은 이 모든 데이터를 한데 모아 다른 회사가 도전하지 못하는 '달 탐사(moon shot)'급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I/O(Google Input Output)

구글이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는 개발자 대회. 안드로이드·크롬·구글지도 등 구글 플랫폼을 쓰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모여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행사다.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등 공동 창업자를 비롯해 에릭 슈미트 회장과 빅 군도트라, 아밋 싱할, 순다 피차이 등 구글의 임원진이 등장해 구글의 첨단 기술과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장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처음 행사를 열어 올해로 6회째. 입력을 뜻하는 'Input'과 출력을 뜻하는 'Output'을 합쳐 I/O라 이름을 붙였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인묵 기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23&aid=0002524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