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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삼키면 지식 늘어나는 알약 나온다 … 이 사람의 예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17일(현지시간) TED 2014의 첫 연사로 나섰다. 30년 전 터치스크린·웹 등 오늘날 디지털 세상을 예측했던 그는 소외된 10억 명을 위한 인터넷 환경 개선을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사진 TED]

 

‘18분의 마법’에 지구촌이 다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진행되는 TED 2014 콘퍼런스 얘기다.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를 딴 TED는 과학과 예술·강연과 공연이 어우러진 지식 콘서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정치인부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겸 기술고문,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인, 그리고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 영화예술인까지 다양한 저명 인사들이 TED 무대에 올랐다.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국내 미디어 가운데 유일하게 TED의 공식 초청을 받은 본지는 18일 시작된 ‘TED 2014’의 첫날 강연부터 생생하게 지상 중계한다.

TED 2014가 막을 올린 17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렙 교수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섰다. 30년 전 처음 열린 TED 1984에서 강연을 했던 원년 멤버다. 국내에서는 95년 발표한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84년 당시 네그로폰테 교수는 TED에서 디지털과 관련한 5가지 ‘혁명적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터치 스크린, 키오스크(지하철·버스정류장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기기), 웹 인터페이스, 1인 1컴퓨터 시대의 도래, 대용량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CD롬의 탄생 등 그가 했던 예언은 이미 놀라우리만큼 현실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람들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까지 들고 다니게 됐고, 당시 혁명적이라고 여겼던 CD롬은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의 기술 진보로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하는 USB메모리에 자리를 내주고 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그가 TED 무대에 다시 나섰다. 30년 전 오늘날의 디지털 세상을 정확히 예측했던 그가 이번에는 또다시 어떠한 미래를 예측할지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숨죽여 기다렸다. 그는 강연 첫머리에 “30년 전 이 자리에서 터치스크린을 처음 말했을 때, 사람들은 ‘모니터를 손으로 만지면 화면에 먼지가 묻는다’며 어리석은(ridiculous) 짓이라고 말했다”며 “오늘날에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재미있느냐”고 반문했다. 혁신이 처음에는 엉뚱하다고 느낄 정도의 낯선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날 두 번째 디지털 혁명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정보기술(IT) 혁명에서 소외된 ‘지구상 마지막 10억 명’에게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권리를 주자는 것이었다. 그는 “중동·아프리카 등지에는 아직도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인터넷에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리눅스 운영체제(OS)를 탑재한 100달러짜리 저가 노트북을 만들어 저개발 국가에 공급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 접속이 미래에는 기본권이 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과 대한민국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신흥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1차 디지털 혁명’을 전 세계에 퍼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펼쳐왔던 ‘1인 1노트북 운동’의 성과를 예로 들었다. 그는 “태블릿 PC 하나를 어린이들에게 주면 5일 안에 애플리케이션 50개를 사용할 줄 알게 되고, 2주 내에 알파벳송을 깨우친다”며 “인터넷 접속환경만 개선해도 정보 격차 현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환경에 따른 격차를 해소할 방법으로 네그로폰테 교수는 정지 위성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면 ‘오지의 소외된 10억 명’도 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20억 달러(2조1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추산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큰돈 같지만 사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매주 쓰는 비용이 딱 20억 달러 수준”이라며 “인터넷 접속환경에 따른 정보 격차를 해소할 의도만 있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 TED 기획자 크리스 앤더슨은 “왜 제안만 하고, 예언은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네그로폰테 교수는 “미래에는 인류가 정보를 알약(pill) 형태로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먹기만 하면 지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알약으로 삼키고, 셰익스피어 문학도 알약으로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알약 성분이 혈관을 타고 흘러 뇌에 이르고, 곧 지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어리석은’ 예언을 했다. 그의 ‘낯선 아이디어’가 또 다른 ‘혁명적인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밴쿠버(캐나다)=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