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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대한민국·4

태영호 "北, 조만간 '방위비 분담금 거부' 선동 나설 것"

태영호 "北, 조만간 '방위비 분담금 거부' 선동 나설 것"

"김정은이 원하는 건 한미동맹 약화… 지금의 '안보고립' 해결 못하면 정말 심각해져"

입력 2019-08-30 16:27


원하는 대로 지소미아 파기했으니...

▲ 지난 24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시험 뒤 활짝 웃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에도 공식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한미동맹 약화를 위한 전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지소미아 종료 환영 논평' 내놔야 정상인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29일 블로그를 통해 “지소미아에 대해 ‘제2의 을사조약’이라며 폐기를 요구하던 북한”이라며 “지금쯤 적어도 ‘일본의 파렴치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남조선 인민들의 반일투쟁의 승리’라거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남조선 전체 인민들의 민심 반영’ 정도의 논평이 나와야 북한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지소미아 종료 이틀 만인 지난 24일 김정은의 지도 아래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했다”며 “이는 지소미아 파기 후 한·미·일 정보 공유가 작동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한·미·일이) 북핵 전력을 분석, 공동 대응할 때의 ‘핵심 축’인 지소미아가 파기될 위기에 처한 것을 내심 반기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더 큰 관심은 지소미아 파기를 향후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환영의 북을 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보도하며 한국 정부를 향해 “분담금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라”고 부추기는 데 주목했다. 

태 전 공사는 “한미동맹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새로운 갈등요소로 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그러자면 미국에 한일 갈등이 극복될 때까지 방위비 분담금 증액문제에 대한 토의를 유보하자는 제안을 하고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미국이 한일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고, 한국의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들고 나오는 것이 동맹 강화에 부합되는지 미국도 고민해볼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지난 2월 대구·경북 주권연대가 가진 주한미군 철수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갈등으로 번지는 것 막아야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진화하는 한·미·일 공조 흔들기 앞에서 한미가 지소미아 문제로 다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분위기가 한미관계 악화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 핵·미사일 실험 동결이라는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북제재 일부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 종결 등을 내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북한 핵·미사일은 폐기하지 못하고,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의 ‘첫 문턱’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태 전 공사는 이런 난국에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물밑 협상을 통해 “현재의 한일 갈등은 한·미·일 공조체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 상황이며, 한·미·일 공조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소미아 종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 한 가닥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에 따른 미사일방어망 구축 등에 있어 미국과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미동맹을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가 현재 안보상황에서 고립상태를 지혜롭게 해소하지 못하고, 감정의 포로가 돼 있으면 정말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