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는 날마다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들과 메신저로 만난다
나는 날마다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미래를 제대로 그려내려면 시시각각 바뀌는 정보를 받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 기술의 발달은 이제 한 두 분야의 발달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융합된 것이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의 전문가 의견만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 너무나 빠르게, 너무나 복잡한 기술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토론을 해야만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메신저로 또는 세컨라이프(secondlife.com) 토론장에서 날마다 그들을 만나는 것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니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나 혼자 생각이 아니다. 수백억의 돈을 들여서 마련된 국가미래보고서2020, 2024를 기초로 한 것이고, 또 전 세계 최고의, 거의 모든 분야 학자들의 생각을 종합한 것이다. 그 학자들의 이름만 다 써도 책 한 권을 다 채울지 모른다. 이 책의 내용이 다른 '미래학' 또는 '미래예측'을 다룬 책의 내용과 다른 점이 그것이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맞이할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신마비 환자가 마음대로 컴퓨터를 다루는 정도는 뉴스도 안된다.
그런데 미래학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일반인들에게 꺼내면 처음에는 좀 황당해한다.
예를 들면 투명인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술예측이 있다. 사람들 첫 반응은 대개 공상과학소설 이야기냐는 표정이다. 그러나 투명인간을 가능케 하는 과학 망토optical cloaking 이야기를 해주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보는 것은 빛 때문이다. 그런데 빛을 차단할 수만 있다면 투명인간도 가능하다. 광학망토는 단파를 내어 빛의 흐름을 막는 것이다. 이미 아주 멀리 있는 물체를 보이지 않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에서도 보이지 않게 빛을 차단하는 기술은 조금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10년 안에 개발된다는 것이다. 과연 투명망토가 일반화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 '기술개발'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전 미식축구선수였던 매트 네이글matt nagle이다. 2001년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지만 2003년에 브레인게이트brain gate를 머리에 꽂고는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린다. 2년 앞서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에 나오는 주인공 마르탱도 이런 상태였다. 투명인간 이야기가 아무래도 황당하다면, 벌써 3년 전에 전 세계 언론의 토픽이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사실 이 그림은 비디오로 보면 좀 더 잘 실감할 수 있다. 이것은 큐채널에서 2005년 4월 22일에 방영되었던, <또 하나의 우주, 뇌 혁명의 시작> 앞부분에 나오는 장면이다. 앉아 있는 사람은 미식축구 선수였던 매튜 네이글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지만 머리에 심은 칩과 컴퓨터를 연결해서,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한다. 당연히 이메일을 주고받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2001년에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뇌>의 주인공도 이런 상태였다. 상상과 과학과 현실이 그저 어제, 오늘, 내일쯤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책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라디오 신호 개별인식 칩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RFID 칩은 이렇게 작다. 이렇게 작은 칩을 몸에 심으면 사람과 사람이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실험을 한 사람이 인공두뇌학자인 케빈 워윅이다. 그런 실험을 하고 쓴 책이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이다. 그러나 이 칩을 통해 그 사람이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공개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더 가까이 보자. 누구나 위성사진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미래 이야기 가운데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이 컴퓨터다. 지금으로부터 25년쯤 전만 해도 컴퓨터 값은 수천억에 이르렀고 크기는 40평 아파트 하나를 차지할 만큼 컸다. 그러면서도 곤충의 지능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컴퓨터는 1kg쯤 될 만큼 작아졌고 쥐의 두뇌쯤은 된다. 그 발달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지금부터 겨우 17년쯤만 지나면 지금의 칩chip 하나 크기로 작아지고, 사람의 지능과 같아진다.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상상을 하며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람과 로봇이 섹스를 나눌 수도 있으리라고 한다. 2050년이 되면 컴퓨터 한 대가 지구의 사람 모두를 합친 것만큼 뛰어난 지능을 가지는 수준에 이른다.
▲구글 어스 Google Earth를 실행한 첫화면. 오른쪽 윗 부분에 컨트롤 패널이 달려 있고, 지구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더블 클릭해도 된다.
이런 기술 발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나이가 마흔쯤 된 사람들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10살 때 살던 세상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현재 인터넷 세상의 웹2.0이 한창이지만 아직도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써보면 지구 어디든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의 그림을 보자. 맨 위 그림은 구글 어스를 처음 실행한 모습이다. 두 번째(아래) 그림은 한국으로 찾아온 것이고, 세 번째 그림은 서울, 네 번째 그림은 광화문이다.
▲한국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땅과 가까워지면서 서울과 인천이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화문. 구글 어스를 쓰면 2미터 위에서 보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4년 전에 나온 것이다. 벌써 이처럼 FBI나 CIA가 아니라 보통사람 누구라도 지구 어디든 가볼 수 있다. 언젠가 미래회의에서 한 아이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아이는 자기에게 5천 달러만 주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지붕위에 광고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지붕 위에서 하늘을 보고 있는 광고를 보겠느냐고 하자, 구글 어스를 들먹였다. 구글 어스는 2미터 위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발달했다. 기술 발달이 우리 삶을 얼마나 바꿔줄 것이고, 그것이 산업 변화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미래뉴스를 알면 바뀐 미래사회를 짐작할 수 있다. 미래의 모습을 그리면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 고령화다. 얼마 전에 메신저로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한 사람이 사진 한 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래서 나는 부산 역 광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날을 잡아 찍어서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그 사진이 인터넷에서 떠도는데, 사진 설명이 이랬다. '세계에서 맨 먼저 사라질 종족 사진' 정작 한국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미 한국이 전 세계에서 맨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는다. 한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저출산율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부산은 0.81(2006년)으로 다른 변수가 없다면 정말 오래지 않아 부산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옥스퍼드 인구 문제 연구소 데이빗 콜먼 박사는 한국이 저출산 때문에 지구촌에서 사라질 첫 번째 나라로 꼽은 지도 꽤 되었다. '코리아 신드롬'이란 말을 만든 사람이다. 한국은 2015년쯤부터 총 인구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빠르리라고 본다. 그러다가 2305년이면 마지막 한국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 문제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아동용 물건을 만드는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들이 할 일이 없어지고 있다.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의사가 운영난 때문에 자살했던 뉴스가 나온지도 벌써 두 해쯤 지났다. 인구 문제는 우리 삶의 변화를 짐작케 해준다.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 거품은 자연스럽게 꺼질 것이다. 살 사람이 없다면 값이 내려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보통 100살까지 살게 되면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노인이다. 노인과 관련된 산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고, 노인을 위한 의료분야가 뜰 것이다.
기술변화 시간표가 바꿔버릴 우리 삶의 모습. 기술의 변화가 우리 삶을 얼마나 빠르게 엄청나게 바꿔버릴지 조금은 짐작이 가리라 생각된다. 그러고 보면 기술의 변화에 대한 전망을 안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 예측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집중해보면 트렌드에 대해 어느 정도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모르는 것보다 나을 것이고, 또 미래를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되도록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런 영향력은 선택이다. 기술예측과 발달에 대해서야 개인이 통제할 수는 없지만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그 기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수많은 개인들이 선택함으로써 영향을 줄 수 있다.
존 네이스비트를 진정한 미래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대중에게 미래학을 소개한 공로가 크다는 점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가 낸 최근 책,<<마인드 셋>>을 보면 새겨둘 만한 이야기가 있다. 1960년대말, 신문 가판대에 학교위원회가 새로운 개혁정책을 가결했다는 기사를 읽고 가판대에 있는 모든 신문들을 날마다 읽는다면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유형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뉴스를 본다고 해서 누구나 미래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를 얼마나 많이, 또 어떻게 읽고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그 시작은 미래뉴스를 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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