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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2/말세 징조·3

남극 ‘멀쩡하던 동부’도 급속 해빙

남극 ‘멀쩡하던 동부’도 급속 해빙

최근 3년간 해마다 570억t…해수면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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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임영주기자 | 입력 2009.11.23 18:13 |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던 남극 대륙 동부의 빙상(氷床)이 지난 3년간 매년 570억t씩 녹아내렸으며, 이로 인해 해수면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우주연구센터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위성이 촬영한 '중력을 이용한 기후 실험 임무(GRACE)'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이 같은 내용을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BBC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RACE 쌍둥이 위성은 경계 지형의 변화로 인한 중력 변동을 인지·측정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빙벽 손실이 없던 남극 대륙 동부는 이후부터 연간 570억t씩 녹기 시작했다.서부 빙상은 연간 1320t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극 대륙 서부와 그린란드의 빙상은 이미 급격히 녹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서부와 그린란드의 빙벽이 완전히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6~7m 상승할 수 있으며, 동부 빙상까지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은 50~60m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남극 대륙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남극 대륙 자체가 융기와 침강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때문에 빙상이 녹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남극 대륙의 얼음 두께는 빙하시대 말기에는 매우 두꺼웠으나, 이후 얼음이 녹으면서 지각을 누르는 무게가 줄어들자 융기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빙하학자 리처드 앨리는 "NASA의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이 같은 지각변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빙하가 녹는 것이 기후변화 때문인지, 단순히 날씨 때문인지는 더 밝혀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빙하가 녹은 지역의 대부분은 해안인데, 어떠한 이유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는지는 불분명하다. 남극 대륙의 기온은 보통 영하이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기온 때문에 빙하가 녹는다고 설명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BBC는 전했다.

<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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