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연·근해 지도가 뒤바뀌고 있다
- 온난화론 설명 불가 바닷고기 미스터리
- 참다랑어 전쟁
원양어선들 연근해 조업허가 없어 손 놓고 군침만 수산업계·지자체 ‘소 한 마리와 맞 먹는 가격’ 양식 도전
최근에는 원양수산기업들도 우리나라 연근해 어자원 변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남태평양과 인도양 등지로 원양어선을 띄우는 대신 연근해에서 다랑어를 잡을 수 있다면 유류비 등 적지않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원산업과 사조산업 등 원양수산기업들은 횟감과 통조림용으로 가공되는 참다랑어와 가다랑어 등을 남태평양과 인도양 등지에서 잡아온다. 전 세계 참치(참다랑어, 가다랑어 등) 어획량 430만t 가운데 중서부 태평양에서는 206만t, 인도양에서는 113만t이 잡힌다. 대개 남태평양에서 잡히는 다랑어는 통조림으로, 인도양에서 잡히는 다랑어는 횟감용으로 쓰인다. 원양에서 참치잡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조산업(최근 오양수산과 합병)과 동원산업은 적도 근방에서 각각 52척과 35척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부산 공동어시장에 나온 연근해산 참다랑어. / photo 조선일보 DB
- 하지만 이들 원양수산기업들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올라오는 참치는 손도 못 대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원양어업면허로 묶여 있어 연근해 조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근해에서 참다랑어를 잡기 위해서는 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 안에서 조업할 수 있는 연근해 어업허가를 새로 취득해야 한다. 동원산업(동원참치)의 한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 연근해에서도 참다랑어가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연근해 어민들의 반발로 정부에서 연근해 참다랑어를 잡게 해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아직 원양수산기업들로부터 연근해 조업허가에 대한 정식요청이 들어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연근해 수산업계에서는 참다랑어가 잡히자 대대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 수산양식업계와 지자체에서는 참다랑어 양식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연안에서 참다랑어 치어(물고기 새끼)를 잡아와 연안 양식장에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참다랑어 새끼의 경우 양식장에서 2년가량 키우면 대개 30~40㎏으로 성장한다. 이들 참다랑어는 현재 1㎏당 4만~5만원 선의 가격으로 일본 등지로 팔려 나간다. 40㎏ 참다랑어 한 마리 가격(200만원 선)이 소 한 마리 가격과 맞먹는 것이다. 수산업자들과 남해안 지자체들이 참다랑어를 ‘바다의 쇠고기’라고 부르며 양식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처럼 높은 부가가치 때문이다.
하지만 야생성 어류인 참다랑어 양식은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세계 최대의 참다랑어 소비국인 일본에서도 지난 1974년 참다랑어 양식에 처음 도전한 이후 거의 30년 만인 지난 2002년에야 인공부화를 통한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 반면 호주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10여개 국가들은 참다랑어 어린 치어를 잡아다 기르는 ‘불완전 양식’을 통해서만 겨우 참다랑어를 길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제주와 경남 남해 등지에서 불완전 양식으로 참다랑어를 길러내고 있다. 정현태 남해군수는 “기후 변화로 남해안에 참다랑어가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남해군 전체가 나서 참다랑어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어종인 참다랑어 양식을 통해 침체된 어류양식산업에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생태계의 변화
아열대성 어류 점령한 바다 ‘맹독주의보’ 수온 오를수록 어패류 독소 강해져… 보건당국 긴장
식약청을 비롯한 보건당국은 한반도 연근해의 어자원 변화로 인해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어패류 등의 독소가 나날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산과학원 양식환경연구소 김지회 연구관은 “요 몇 해 사이 경남 진해만 등 남해안의 마비성 패류독소 발생시기가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며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연안에서 출현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열대성 플랑크톤이 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패류독소의 원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
- ▲ 조업 중인 어선. / 조선일보 DB
-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것도 해양생태계 변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산과학원 양식환경연구소의 하광수 연구사는 “10일 이상, 매일 20㎜ 이상의 강우는 연안에 서식하는 패류의 위생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 강우 발생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연안의 패류 양식장이 육상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기간이 더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상의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을 타고 바다로 씻겨져 내려오면서 양식장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맹독성분을 가진 아열대성 어류의 한반도 출현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8월에 동해안에서 잡힌 별복에서도 ‘삭시톡신(Saxitoxin)’이란 맹독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 수산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별복의 경우 근육과 껍질과 정소 등에서 신경을 마비시키는 ‘삭시톡신’이라는 맹독성분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어 우리나라에서 식용 가능한 것으로 분류된 복어 21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합과 대합 등에서 간혹 검출되는 삭시톡신은 입술저림과 두통, 호흡곤란 등을 불러오며 심한 경우 24시간 안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동해안에서 잡힌 별복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근 항구와 선창가 등에서 식용으로 소비된 것으로 관계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만 분포하고 있는 ‘시과테라(Ciguatera)’와 같은 독도 경계 대상이다. 시과테라는 열대 및 아열대 해역의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특정 물고기에 함유된 독 성분으로 중독 시 △설사와 복통, 메스꺼움, 구토 등 소화기계 증상 △맥박상승과 혈압저하 등 순환기계 증상 △두통과 피로감, 현기증, 심한 가려움증 등 신경계 증상을 동반하는 맹독성분이다. 시과테라 성분을 잘못 섭취할 경우 차가운 물체에 닿았을 때 오히려 뜨겁게 느껴지는 ‘착감각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동해안 울산 앞바다와 전남 완도 등지에는 종전에 제주 해안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연산호는 시과테라 성분을 가진 어류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맹독성분이 있는 아열대성 어패류가 늘면 식중독 환자도 자연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곽효선 연구관은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속도로 진행돼 지금보다 기온이 2050년 3도, 2080년 5도 상승한다면 식중독 발생건수는 각각 15.8%와 26.4% 가 증가하고, 식중독으로 인한 환자수 역시 각각 18.5%, 30.9%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