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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샬롬·선교뉴스

지진 참사 아이티 이글리세태버너클침례교회 가보니…

지진 참사 아이티 이글리세태버너클침례교회 가보니…

[2010.01.25 20:56]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재앙은 죄악의 결과가 아니라 그분이 가까이 계신다는 증거"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아무도 지진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여기지 않았다. 대부분 아이티인들이 그런 것처럼 신자들 역시 담담했다. 참사를 받아들인 듯했다. 지진으로 무너진 교회를 찾아 나선 것은 주일이었던 24일(현지시간) 오전 10시. 11시가 다 되어 도착한 교회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동쪽 지역에 위치한 이글리세태버너클침례교회다. 예배는 끝났지만 성도들은 대부분 교회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신자들은 예배당 안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 모여 있었는데 지진 이후 아이티 정부가 교회당 안에서 드리는 예배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여진 등으로 2, 3차 피해를 우려해서다.

교회 안내자의 배려로 살펴본 교회 내부는 폭탄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신축 중이었던 교회는 내부 벽과 입구 등이 피해를 입었고 강대상 주변은 벽돌 등이 어지럽게 튀어있었다. 찬양팀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와 선풍기는 누군가 내팽개친 것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강대상에 깔려 있던 붉은 카펫과 의자 위에도 시멘트 파편 등이 튀었고 바로 뒤쪽에 있던 침례실 일부도 파손됐다. 예배당 2층 창문 주위 벽도 손상돼 오전의 태양빛은 이리저리 굴절되어 예배당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었다.

예배당 밖 신자들은 상처 입은 교회 건물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교회 식구들의 생사가 궁금한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신자들은 검은 가죽 성경책을 들고 있었는데 이날따라 더욱 세게 거머쥔 듯 보였다.

남자들은 양복과 세미 정장을 했고 여성들은 스커트 등 차림으로 여느 주일처럼 말끔한 옷차림이었지만 표정은 웃음기 하나 없이 근심과 걱정의 빛으로 가득했다. 이날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린 사람은 2000명 교인 중 20명. 모두 어디 갔을까. 전부 사망했을까.

담임인 조엘 랄로아(54) 목사에게 묻자 “교인 중 일부가 집이 무너져 죽었고 실종됐다”며 “살아남은 신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부상을 치료하거나 식량 등을 챙기느라 교회에 나올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랄로아 목사는 “지난주까지 예배를 드릴 수 없었고 오늘에야 처음 예배를 드렸다”며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교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정보를 모으기 위해 예배 후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예배에서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설교했다고 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는 것. 지금은 하나님을 향해 나가야 할 때라는 것.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지진이 일어난 원인을 물었다. 가혹한 질문이었지만 랄로아 목사는 즉시 답했다. “하나님께서 지진을 허락하신 것은 심판이 아닙니다. 가증스런 죄악의 결과라기보다는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를 더욱 알도록 하기 위한 징표입니다. 이것이 지진을 허락하신 이유입니다.”

이 교회가 속해 있는 아이티복음주의침례교협회(UEBH)에는 120개 교회가 속해 있다. 이중 10개 교회가 이번 지진으로 완파됐고 상당수 신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UEBH는 협회 소속 교인을 비롯해 지역교회 인근 주민의 부상자와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섰다.

이글리세태버너클침례교회를 나오며 거리를 지나던 주민을 만났다. 하나님의교회 소속 교회 신자라고 밝힌 카밀(20)이란 청년은 “예배에서 많이 울었다”며 “어려움을 당한 교회와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끔찍한 재해는 예배당이든 식당이든 가옥이든 가리지 않았다. 망연자실한 채 복구를 기다리는 아이티 신자들에게 영적 격려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포르토프랭스=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