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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ㆍ한국 6대 종단 지도자들…캄보디아 성지순례…종교 간 상생·평화 다짐

국 6대 종단 지도자들…캄보디아 성지순례…종교 간 상생·평화 다짐

“지금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은 정치와 이념으로 인한 범죄로 지명마저 바뀌어버린 죽음의 땅 킬링필드 대학살의 현장에 서있습니다. 우리 앞에 쌓여 있는 이름모를 수많은 유골들은 이념과 전쟁의 무서움과 인간의 잔혹성을 무언의 언어로 여실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동기조차 모른 채 무참히 희생된 가여운 영혼들이시여, …구천에 떠돌고 있을 그대들의 넋과 혼이 각자가 믿는 신앙의 힘으로 영원한 안락의 세계에서 활활자재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지난 10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현장인 청아익 지역. 최근덕 유교 성균관장이 킬링필드 추모 위령탑을 바라보며 기원문을 낭독하자 종교지도자들이 묵념에 잠겼다. 불교 대표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과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은 합장을 했다. 천주교의 김희중 대주교와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은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천도교의 임운길 교령의 손에는 염주가 들려있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남서쪽 15㎞ 지점에 위치한 청아익은 1970년대 후반 크메르루주군에 의해 1만7000여명이 학살된 킬링필드의 대표적인 현장. 위령탑에 봉안된 3000여개의 두개골 유해는 희생자의 일부일 뿐이다. 이날도 탑 주위에서는 수습되지 않은 치아, 두개골 등 유해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이 지난 10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킬링필드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 조운찬 선임기자

 


학살의 현장을 둘러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은 다시는 이런 비참한 재앙이 재발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한양원 회장은 “비참한 현장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구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인간은 직무상의 구별이야 있겠지만 신분에서는 평등해야 한다. 그것이 평화의 기본조건이다. 킬링필드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정직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캄보디아 방문은 타종교의 문화와 유산체험하고 종교계 대표자 교류를 통해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된 행사다. 지난해 로마·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다.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은 지난 7~10일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의 앙코르와트, 바이욘 사원, 타프롬 사원 등 힌두교와 불교 유적지를 순례하면서 세계적인 종교문화 유산을 체험했다. 캄보디아의 멘삼안 부총리, 민킨 종교부 장관 등 정부 지도자들을 만나 양국의 종교·문화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또 대표들은 지난 9일 한국 불교계의 국제구호단체로터스월드가 설립 운영 중인 시엠리아프의 캄보디아아동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아동센터 어린이 전원을 시엠리아프의 식당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종교지도자들은 이와 함께 시엠리아프의 대표적 빈민촌인 삐악산 깡드봉 지역을 방문, 주민 200명에게 백미 한 부대씩을 나눠주는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은 지난 10일 캄보디아 승왕청을 방문해 승왕 텝봉 스님(79)으로부터 캄보디아 종교의 역사와 실태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텝봉 승왕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크메르루주로부터 살해당한 스님만 2만1560명이나 됐다”면서 자신도 종교활동을 중지하라는 협박을 받으며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크메르루주의 학살을 딛고 다시 불교국가로 우뚝 섰다. 캄보디아의 불교 신자는 전 국민의 95%에 달한다.

텝봉 승왕은 그러나 불교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모든 종교의 시작인 힌두교가 맏형이라면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키가 다른 동생들”이라며 “캄보디아 사람들은 타종교를 형제처럼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자승 스님은 텝봉 스님을 비롯한 캄보디아 불교계가 내전의 상처를 극복하고 캄보디아 국민화합에 크게 기여한 사실에 경의를 표한 뒤 2012년 부처님오신날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초청했다.

3박4일간 전쟁과 분열의 땅 캄보디아에서 ‘이웃종교 순례’를 마친 종교지도자들은 “종교는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는 힘”이라며 “종교인은 상생과 평화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캄보디아 순례를 통해 종교가 정치와 결탁될 때에는 종교화합이 깨지며, 종교만이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승 스님은 “이웃종교 성지 순례는 한국 종교지도자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라며 “종교계 수장단의 친밀한 교류로 한국 종교계가 화합과 상생의 길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