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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분별2/시대분별·7

뇌파로 지구 반대편 기계도 작동

뇌파로 지구 반대편 기계도 작동 
이종호의 과학이 만드는 세상-로봇의 반란(8)




<두뇌만은 인간>

작가들은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사실상 사람들이 사이보그를 선호하는 것도 SF 영화 등에서 보여주는 사이보그들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나 SF영화에서는 작가들에 따라 임의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파워를 갖는다고 설정한다. 그런데 이들 설정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만화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달리는 속도는 초음속 비행기에 버금가는 마하 3(초음속전투기는 보통 마하 2.5이상)이상이 보통인데 이런 설정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를 살펴보자. 주인공이 초음속전투기와 같이 마하 3의 초인적인 질주를 위해서는 우선 인간의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근육만 강화한다고 모든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마하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순간 뼈가 부서지므로 인공뼈를 삽입해야 한다. 더구나 공기와 직접 닿는 피부의 온도는 몇 백도까지 올라가 생체 피부가 곧바로 타 버리므로 단열 피부도 필요하다. 

더구나 주인공들은 순간적으로 가속하는 재주도 갖고 있는데 이때 뇌에 걸리는 압력은 무려 1.5톤이나 된다. 약간의 과학적 지식만 도입하여도 머리가 남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F영화에 나오는 소위 사이보그로 된 주인공들이 몇몇 신체부위만 강화시키는 이유는 황당무계한 주인공을 만들었을 때 관객과 과학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수도 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보그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신체의 모든 부분을 대체할 수 있지만 머리는 인간의 두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한계 즉 머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스타워즈2」  ⓒ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나 「로보캅」의 머피도 머리만은 인간의 두뇌 그대로이다. 물론 다스베이더의 경우 머리를 포함하여 신체의 중요 기관이 있지만 머피의 경우는 머리만 제외하고 인공 심장, 인공 폐, 인공 위, 인공 뼈, 인공 근육, 인공 피부 등 모든 기관이 인조제품으로 되어 있다.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는 팔이 잘려지자 곧바로 인공팔을 장착하여 팔의 기능이 잘려지기 전과 똑같다. 한 마디로 인공팔로 시술하자 진짜 팔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게 됐다. SF영화 등에서 자주 차용하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두뇌만 차용하고 인간의 나머지 부분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의 과학적인 배경은 뇌와 연결된 컴퓨터가 사람의 뇌파를 읽음으로써 그때그때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곧장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겨준다고 가정하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즉 텔레파시로 모든 인간의 동작을 컴퓨터로 옮겨 작동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단의 과학자들은 사람의 두뇌, 팔 또는 얼굴 근육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컴퓨터 영상을 만드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뇌 조직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패턴으로 옮겨 준다. 이 연구는 눈을 깜박이거나 볼을 실룩거리는 행동의 손가락을 대신하여 컴퓨터의 글자판을 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장애인들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현재 뇌파만 이용한 컴퓨터 게임도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으므로 근간 이 분야는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결국 위의 설명은 인간이 기계와 직접 연결된다는 뜻이다. 좀 더 발전하면 희로애락을 포함한 사람의 표정을 컴퓨터가 분석해서 교육용 CD롬을 사용하는 어린이들이 지루하다거나 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이면 소프트웨어가 곧바로 적절한 대응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언론인 현원복은 적었다.

가장 크게 적용될 분야는 자동차 운전이다. 컴퓨터가 운전자들이 차를 운전하면서 회전하거나 정지하고 또는 가속하거나 차선을 바꿀 때 취하는 손과 다리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운전자의 행동을 되도록 빨리 분석한 후 운전자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거의 동시에 경고를 주거나 주의를 환기시켜 사고를 예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보그는 두뇌가 주체>

인간과 기계가 결합하는 사이보그가 어떤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SF영화에서 나타나는 사이보그가 태어날 수 없다는 데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동의한다. 사이보그의 피부는 얼핏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요구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이보그가 기계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해서 당연히 탄력이 있어야 하고, 또한 주변 환경을 감지하기 위해서 전선의 배선과 접합이 잘 되어야 한다. 만약 사이보그의 감지기관에 금속 전선을 연결한다면, 피부가 펼쳐지는 순간 부서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탄력 있는 외피에 넓은 주름이 잡힐 수 있는 금속을 넣는 방법 등이 해결 방안이라고 제시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전기 기술자인 시거드 와그너와 스테파니 라커는 넓은 금속조각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전도체를 개발하였는데, 이것은 전선과는 달리 길이를 두 배나 늘일 수 있으면서도 전기를 잘 통한다. 

일반적인 금속 필름은 매우 약해서, 길이를 1퍼센트만 더 잡아 늘려도 툭 끊어지고 만다. 와그너와 라커가 만든 탄력 있는 금속 필름 커넥터는 불과 25nm 두께의 금 필름에 기반한 것으로서, 탄력 있는 실리콘 막 안에 들어가서도 적어도 15퍼센트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은 금 필름이 주름이 잡히는 모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재료를 사용한 전도성 피부가 인간처럼 로봇 몸체의 어느 곳에 이식했다고 해서 인간과 똑같이 감각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볼 때 생체조직을 기계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면 이런 정도의 장벽은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이 사이보그가 나오는 SF영화에서 주인공들의 능력을 무한대로 늘리지 않는다.

TV시리즈물로 제작된 후 이어서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6백만 불의 사나이」나 「바이오닉 우먼(소머즈)」의 경우 스피드와 높이뛰기, 청각과 시력 등의 능력이 일반인들보다는 월등하도록 신체의 일부분이 인공으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마술사나 슈퍼맨과 같은 무한대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묘미가 있다.

▲ 「6백만 불의 사나이」  ⓒ

앞에서 설명했지만 이와 같이 SF물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능력을 무조건 높이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감독들이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사이보그의 한계를 감안하고 제작에 임했기 때문이다. 

「로보캅」, 「스타워즈」에서처럼 주인공들의 외피를 인공피부가 아니라 완전한 금속으로 만들기도 한다. 과학적인 모순점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머리만 인간일 경우에도 문제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머리를 비롯한 신체의 일부가 생체조직을 갖고 나머지는 모두 기계라 하더라도 생체조직이 살아 있으려면 계속 에너지를 주어야한다는 점이다. 생명체의 경우 전기 등 일반 동력으로 에너지를 주어서는 어림도 없다. 그러므로 인간과 같이 에너지 즉 음식을 주는데 「로보캅」에서 주인공 머피에게 죽과 같은 이유식을 공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다스베이더의 경우 무엇을 먹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그 역시 로보캅과 같은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SF영화에서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원칙적으로 능력이 배가된 인간을 의미하지만 현실적인 감각과 과학성을 감안하면 상상력을 동원하는데 제한이 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 영화「내츄럴시티」  ⓒ
민병천 감독의 「내추럴 시티」는 2080년이라는 미래 세계,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소재의 영화다. 줄거리는 '메카라인 시티.' R(유지태)은 무단이탈 사이보그들을 잡아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요원이다. 그러나 그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리아(서린)라는 사이보그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직업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지친 삶을 살던 R은 리아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찾지만 리아의 수명은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R은 리아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에 사이보그 밀매업자 닥터 지로를 찾아간다. 닥터 지로는 리아를 살리려면 DNA가 일치하는 여자 '시온'(이재은)을 찾아오라고 한다. 거리에서 몸을 팔던 시온을 찾아간 R은 사이보그를 위해 인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갈등하지만, 이를 모르는 시온은 R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와 같이 사이보그가 인간과 사랑을 느끼도록 주제가 설정되는 것도 기본적으로 사이보그는 인간의 두뇌로 되어 있으므로 인간이 주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머리로 모든 것을 해결>

SF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는 신체에 전자장비 즉 사이버네틱스(칩 등)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수사관을 범인의 소굴에 잠입시키기 위해 수술해주는 경우도 있고 뇌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직접 뇌에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

▲ 「너바나」  ⓒ
작품에 따라 조그마한 칩을 뇌에 삽입한 후 마음대로 조정하여 꼭두각시로 만들기도 한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쓰게 하고 그들이 뇌에 갖고 있는 기억들을 읽어내게 하는 것도 있는데 영화 「너바나 Nirvana」에서는 보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사망한 여자의 뇌에 있는 기억을 칩으로 빼내어 살아있는 다른 사람의 머리에 주입하면 죽은 사람의 기억도 그대로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뇌의 신호를 읽어낼 수 있음은 물론 기억이 기억물질로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과학이 보다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인간의 뇌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옵저버》는 2050년이면 인간의 의식을 슈퍼컴퓨터로 다운 받아 저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리티시텔레콤의 미래학 팀장 이언 피어슨 박사도 2075∼2080년까지는 이 기술이 널리 보급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이렇게만 된다면 육체의 죽음은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육체를 선택한 다음, 의식을 옮겨 가면서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로잔공대의 헨리 마크램 교수는 IBM의 슈퍼컴퓨터 블루진을 이용해 인간 두뇌 전체에 대한 컴퓨터 뇌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두뇌의 작동 과정을 완벽히 재현해 컴퓨터로 모의실험을 함으로써 두뇌의 신경회로 이상으로 발생하는 각종 정신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연구의 목표이지만 부산물로 육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영혼불멸의 시대가 과학의 발달로 도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와 같은 장면은 뇌의 신경회로를 읽고 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가능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생명체들은 ATGC란 4개의 염기가 나열되어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인간은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이런 나열 순서를 ‘인간게놈프로젝트’로 밝혀냈다. 좀 더 과학기술이 발전해 두뇌조직을 읽어낼 뿐만 아니라, 정보를 쓸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식을 다운받아 저장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설명도 일견 그럴듯하게 보인다.

▲ 2002년 팔 속에 수술된 칩을 보여주는 케빈 워릭 박사  ⓒ
이런 흥미있는 주제를 과학자들이 그대로 방치할리 만무이다. 학자들은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제에 두고 뇌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는데 앞장 선 영국의 케빈 워릭(Kevin Warwick) 교수이다.

그는 1998년 세계를 놀라게 한 실험을 성공시켰다. 그의 손에 실리콘으로 된 칩을 이식하여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문을 열고 전등과 히터를 키고 컴퓨터를 작동시킨 것이다. 이 칩은 이런 동작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신상 명세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추가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으므로 소위 컴퓨터화한 인간의 시초라는 평을 들었다.

2002년에는 보다 업그레이드 된 500원 짜리 동전의 4분의 1만한 실리콘 칩을 자신의 손목 정중 신경에 연결시켰다. 칩을 성공적으로 삽입시킨 후 그는 자신의 손을 로봇 손과 연결시켰다. 그의 부인인 이레나도 시술을 받았다. 그들의 목적은 컴퓨터를 통해 전류를 흘려보내 두뇌로 하여금 다른 물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뇌가 의심 없이 외부의 힘을 인정토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칩이 제대로 작동하자 그는 자신의 손목을 움직임으로써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그의 정중 신경에 심어놓은 전극들이 신경계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 자극을 포착했고 이 펄스 신호를 컴퓨터가 해독하여 로봇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로봇은 워릭 교수와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사이보그 기술을 이용해 단지 생각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기계 장비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워릭 박사의 연구는 매우 획기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신경계에 어떤 장치를 이식한 후 이를 전자 신호로 조절함으로써 인간 뇌의 전기화학적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아스피린을 먹지 않아도 전자신호를 주입하면 두통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레네와는 인터넷을 통해 두뇌의 뇌파로만 감정과 생각, 행동을 이동시키는 실험도 수행했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워릭 신경계에서 이레나 신경계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두 사람이 대화 없이 교감할 수 있다는 가설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물론 모든 면이 완벽하고 정밀한 것은 아니다. 정중 신경은 수만 개의 신경 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그곳에다 전극을 박아 넣었으므로 전체 신경 다발에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개개 신경 섬유에 자극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정교한 제어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릭 교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초에 목적했던 바대로 자신의 몸속에 삽입한 칩이 작동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로봇을 개발하는 학자들에게는 아주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손목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뇌 안에 칩을 이식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물실험에는 성공>

▲ 마인볼 게임장치  ⓒ
학자들은 워릭 교수의 연구 결과에 고무되어 영화 「너바나 Nirvana」와 같은 연구에 보다 박차를 가했다. 《사이언스타임스》 이성규 위원의 글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한다.

2003년 10월, 미국 듀크대의 니코렐리스 박사팀은 붉은털원숭이의 뇌에 머리카락 한 올보다 얇은 전극을 이식한 후 이 전극을 컴퓨터로 연결했다.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커서를 화면 속의 목표물로 이동시켜 맞추는 게임을 숙지했으므로 컴퓨터에 연결된 로봇팔도 원숭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장치한 것이다. 원숭이가 목표물을 맞추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각각 다른 일정한 패턴의 뇌파가 나왔고 원숭이로 하여금 모니터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 뇌파가 전극을 통해 컴퓨터로 전달돼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데 성공했다.

2004년 8월엔 네덜란드의 신경학자 레이너 괴벨이 뇌에서 보내는 신호만으로 탁구를 할 수 있는 게임 장치를 개발했다. 특정 대뇌피질의 전기신호를 잡아내 컴퓨터 화면 속의 탁구채를 움직이는 방식인데, 여기에는 환자 진료에나 사용되는 기능자기공명영상 장치를 비롯해 두뇌가 보내는 전기신호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동원되었다. 물론 게임 실험에 참가한 사람마다 탁구 라켓을 움직이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

이와 비슷한 게임으로 스웨덴에서 개발한 마인드볼이란 장치가 있다. 이 역시 뇌의 전기적 활동을 감지하는 머리띠 형태의 센서를 착용한 채 탁자 위의 공을 상대편 골문 쪽으로 밀어내는 게임인데 대결 결과, 마음이 안정된 사람이 이긴다고 결론을 얻었다.

뇌파에 대해서는 근래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뇌파는 주파수 0.5∼50헤르츠 범위 내의 느리고 연속적인 전자파인데, 눈을 감고 뇌가 쉬고 있을 때는 8∼13헤르츠의 알파파가 나온다.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는 14∼30헤르츠의 베타파가 나오고, 깊은 수면상태에서는 0.5∼4헤르츠의 델타파가 출현한다. 꾸벅꾸벅 졸거나 얕은 수면상태에서는 4∼8헤르츠의 세타파가 발생한다. 이때를 지각과 꿈의 경계 상태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마인드볼 게임에서는 사람이 안정감을 느낄 때 발생하는 알파파와 세타파가 강한 사람이 탁자 위의 공을 상대편 골문 쪽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이것은 뇌파 중에서도 특히 알파파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직까지 인간의 뇌파로 컴퓨터를 움직이려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머리 위에 수많은 센서를 붙이거나 뇌 부위에 미세전극을 심어야 한다. 또한 두뇌에서 발생한 뇌파를 해석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뇌와 뇌전도(EEG)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잡음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뇌파의 활성화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수많은 경향에 따른 개인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것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해결해야 될 문제점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를 이용한다는 것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선 워릭 교수도 자신의 실험에 장점이 많지만 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점은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침대에 누워서 생각의 힘만 이용하여 주변 상황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자신의 신원 명세와 질병에 대한 자료들을 저장하여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병원과 GPS 시스템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장치가 의료시스템으로 정착되면 각종 분야에서 취약한 노인들에게 가장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