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人 윤동주/시인 윤동주

[스크랩] 시인 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읽은 것 같지 않나요? 보통 사람들은 일기에 속이 상했던 일들을 적습니다. 상처받은 것들이나 불평불만을 쏟아내지요. 그런데 위 시에서 시인은 사랑받지 못해서 속상한 것을 쓴 게 아니라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고,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요? 
이 시는 널리 알려진 윤동주 시인의 <서시>입니다. 서시란 책의 서문 대신 쓰는 시인데, 1941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마치 세종대왕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듯, 윤동주 시인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유명하다보니 역사 시간에 꼭 외워야 할 인물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을 삶을 소개한 책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평전입니다. 평전은 작가가 인물의 삶을 평론가처럼 의견을 곁들여 가며 쓴 책입니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책은 아주 많지만 평전은 드물지요. 더구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평전은 흔치 않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어온 전기와는 다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흑백필름으로 된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를 본 듯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연세대학교에는 시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시인이 살았던 동네에서는 10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참여 행사를 하고 있어요. 종로구에는 윤동주문학관도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이제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답변은 책에서 찾아본 것입니다. 더 궁금하면 다른 자료들을 찾아서 읽어보면 좋습니다. 소설 <시인 동주>(안소영 지음)와 영화 <동주>(2016)가 있습니다.

시인께서는 어린 시절 어땠어요?
저는 1917 1230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어요. 우리가 연변이라고 부르는 두만강 북쪽의 옛날 만주 땅입니다. 제가 쓴 시 <빗자루>를 보면 어린 시절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어요. “누나하고 나하고/가위로 종이 쏠았더니/어머니가 빗자루 들고/누나 하나 나 하나/볼기짝을 때렸소/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어느 집에서나 있을법한 풍경이지요? 저는 누가 조금만 꾸짖으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마음이 여리고 수줍음을 잘 타는 유순한 아이였어요. 4학년 때 서울에서 발간된 어린이잡지를 구독해서 볼 정도로 문학을 좋아했습니다. 또 사촌이었던 송몽규와 단짝친구 문익환(나중에 통일운동에 앞장선 목사)와 친하게 지내면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시인이 쓴 시에는 부끄럽다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었나요? 
그래요. 제 시에는 부끄럽다는 표현이 많습니다. 저는 시를 일기처럼 정직한 마음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서시>(1941 11)에서도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썼고, <>(1941 9)에서는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별 헤는 밤>(1941 11)에서도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이라고 썼습니다. <참회록>(1942 1)에서도 그때 그 젊은 나이에/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라고 썼고, <쉽게 쓰여진 시>(1942 6)에도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고 썼지요. 저는 나라를 빼앗겨 말과 글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끌려가야 했던 암담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였습니다. 식민지에 태어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끊임없이 마음 깊은 곳을 되돌아보고 흠 없이 깨끗한 삶을 소망했습니다.

좋은 시는 어떤 시일까요? 또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정지용 시인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정지용은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뛰어난 시를 쓴 시인으로 <향수> <유리창> <압천> 같은 시가 유명합니다. 대학생이 된 후 저는 정지용 시인을 만나러 가기도 했어요. 저는 관념적인 문학 언어를 버리고 담담하고 깨끗한 우리말로 동시를 쓰기를 좋아했습니다. 또 백석 시인의 시도 매우 좋아하여 그의 시집을 일일이 베껴 써 간직할 정도였어요. “귀뚜라미와 나와/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귀뚜라미와 나와, 1938) 저는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문학뿐 아니라 철학 책도 좋아하여 많이 읽었습니다. 시를 잘 쓰려면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로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자화상, 1939 9)에서 표현했듯이, 자기 자신을 내면까지 들여다보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그리려면 자기 성찰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출처 : 시 산 맥
글쓴이 : 시산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