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성북동 성북초등학교 운동장. "둥∼" 개회를 알리는 징소리가 울려퍼지자 운동장은 금세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로 바뀌었다.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교회 성도들,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른 수녀들, 사찰에서 나온 신도들이 저마다 물건을 사고파느라 여념이 없었다.
운동장에 마련된 가판대에는 숙녀복 아동복 등 의류부터 도자기 장난감 책 음식 등 100여개 가까운 품목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열린 '사랑나눔 연합 바자회'는 성북동에 위치한 덕수교회와 성북동성당, 길상사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이 동네에서 기독교와 가톨릭, 불교 단체가 함께 바자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 바자회의 불씨를 지핀 주인공은 수년 전부터 성북동 지역 성당, 사찰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다.
"성북동은 교회가 4곳, 성당을 포함한 수도원이 8곳, 사찰이 10개나 있는 '다종교 동네'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죠."
손 목사는 20여년간 매년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해왔던 '바자회'를 떠올렸다. 그리고 성북동성당과 길상사측에 '종교연합바자회'를 제안했고, 성당과 사찰 측은 흔쾌히 동의했다. 주최측은 바자회 수익금 전액을 지역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