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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2/말세 징조·3

'차이나 머니' 미국 의회까지 움직인다

'차이나 머니' 미국 의회까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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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입력 2010.01.10 18:05 | 

한해 수백만弗 로비자금 동원 적대적 의원 친중파로 돌려세워
자국기업 비즈니스 측면 지원


2005년 미국 민주당 소속 찰스 슈머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법안을 냈다.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 정책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인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전 같으면 중국은 인민일보 1면을 동원해 두 의원을 강력히 비난했을 터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비난 대신 두 의원을 본국에 초청했다. 슈머와 그레이엄 의원은 중국을 다녀온 뒤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중국이 미국 정치권력의 중심지인 의회를 무서운 속도로 점령해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력이 커진 중국이 수백만달러의 로비자금을 뿌리면서 자국에 적대적인 미 의원들을 친중파로 돌려세우고 있다고 9일 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3~8월 6개월 동안 워싱턴의 로비업체인 호건 하트슨을 통해 38만9985달러,7~12월 6개월 동안 또 다른 로비업체인 패턴 보그스와 존스 데이를 통해 각각 26만4000달러와 10만4000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2005년 이후 중국의 미 의회 로비자금은 최소 4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WP의 추산이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지난해부터 미 의회를 담당하는 외교관 수도 10명으로 늘렸다. 1990년대 후반까지 의회 담당 외교관은 1명에 불과했다. 2005~2009년 중국은 처음으로 대만보다 더 많은 미국 정치인과 의회 관계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중국은 2000년 이전만 해도 미 상공회의소 등의 미국 기업단체를 통한 소극적 로비에 치중했다. 하지만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 기업단체들은 중국을 위해 활동하기를 꺼렸다. 1990년대 중반 대만의 로비로 미국이 리덩후이 대만 총통(대통령)에게 방미 비자를 발급한 일은 중국을 격분시켰다. 2005년에는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인 CNOOC가 미국 석유회사인 유노칼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 의회가 기간산업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좌절됐다.

그랬던 중국이 이젠 로비로 재미를 보고 있다. 미 의원들은 10여년 전 중국의 국영 선박회사인 중국원양운수총공사(COSCO)가 추진하던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화물선 터미널 확대 계획을 극구 반대했다. '중국의 간첩활동에 활용할 수 있고,이 국영회사가 스파이 기지일 수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지난해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의 존 케리 의원은 COSCO가 수천명의 미국인을 고용하는 데다 알래스카 일대 해역을 청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특히 중국 무역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역구에 많이 둔 의원들은 중국이 반대하는 입법안이나 결의안을 거부하거나 약화시키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고 WP는 분석했다. 미 의회 내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60명으로 구성된 미 · 중 워킹그룹이 만들어져 중국의 후원그룹으로서 발언권을 높여가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